어떤 이는 집이라는 형태를 동경하고, 어떤 이는 한 폭의 삶을 담아내는 공간을 동경한다.
어떤 건축가는 대규모 공장의 프로세스처럼 집을 찍어낼 틀을 설계해내고, 어떤 건축가는 이야기가 묻어나오는 공간을 창조한다.
근본이 어찌 되었건 누구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누가 누구를 만나 어떻게 할 수 있었냐는 기막힌 행운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리라.
핵심은 진지한 열정 기술 겸손함 그리고 기회일 것이다.

오랜 건축 설계의 역사 속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위대한 건축가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일본 건축 환경의 밑바닥에는 위에서 열거된 중요한 설계의 덕목들이 자리 잡고 있다.
비단 이와 같은 덕목들이 건축설계에서만 중요시 되겠는가.

본서는 본서에 수록된 다양한 형태의 공간들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해 줄 뿐이다.
그렇지만 하나의 공간이 탄생하기까지의 고통과 기쁨이 묻어나는 과정들을 숨김없이 드러내고자 노력하였다.
어떻게 활용하는가는 독자 여러분의 몫일 것이다. 일본 건축 설계 장인들이 드러내는 아름다운 공간들을 음미하고 그리고 한껏 응용하시기 바란다.
- 본서의 역자

디자인으로 빚어내는 일본 소형 주택의 아름다움

- 디자인의 틀에서 발전해 온 일본 소형 주택의 역사적인 관점에서

일본 소형 주택의 배경

소형 주택은 오늘날에도 일본 주거문화의 주류로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일본에서 그토록 많은 소형 주택이 건축된 주거 환경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다. 그 가운데에서도 으뜸으로는, 상대적으로 협소한 국토 면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뒤집어보면 주택을 건축할 수 있는 경제적인 부지의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공급되고 그리고 이상적으로 분배될 수 없다는 점이다. 작은 규모의 대지는 택지 거래시장의 주된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일본의 전통적인 가족 구성은 그 변천을 겪게 되는데, 이제는 대가족이 아닌 1인 가구 아니면 2인 가구가 선호되는 주거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이와 같은 현실을 뒤집어 보면, 역시 작은 주택의 수요는 증가하게 되고 동시에 소형 주택의 건축은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는 단순한 시장논리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렇듯, 소형 주택에 대한 공급과 수요가 건축시장에서 서로 맞아떨어지게 되었던 시점은 이미 1950년대부터이다. 그때부터 일본에서는 소형 주택의 공급이 활발하게 진행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건축설계를 책임지고 있는 건축가들도 자신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최고의 창의력을 소형 주택의 디자인에 쏟아 부어 왔다고 할 수 있겠다. 더 나아가, 건축가 마코토 마쓰자와(Makoto Masuzawa)가 설계한 미니멈 주택 (1952년), 건축가 안도 다다오(Tadao Ando)가 설계한 수미 요시(Sumiyoshi)에 위치한 Low House(1972년) 같은 소형 주택들은 일본 건축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형 주택의 설계는, 거주자들의 실제 삶을 담아 주는 공간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거주자들의 주거 여건으로부터 결코 자유스럽지 못하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설계에 임할 때는 생활을 떠받쳐 주고 있는 건축주의 삶의 환경이라는 명제를 깊이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를 바꿔 말하면 소형 주택의 설계 속에는 건축 설계의 가장 근원이 되는 디자인의 요소들이 녹아 들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작은 것으로부터 … 피할 수 없는 건축적 속박

어떤 복잡한 경기의 세세한 진행 및 심사 조항처럼, “작다는 것” 그것은 건축가들에게 많은 구속을 밀어 넣는다. 부지의 형태를 다시 들어 앉혀야 한다. 대지까지의 진입로는 좁다. 그리고 주변의 빌딩이나 주택에 둘러싸인 여건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부정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어떤 기술과 기교를 설계에 집어 넣더라도 그것들이 건축 규제의 틀을 벗어 나서는 아니 된다. 규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것을 극복하고 마침내 건축가의 편으로 끌어 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규제가 없을 때 보다 더 매력적인 설계 구상을 얻어 낼 수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규제를 극복하려고 공을 들인 어떤 생각들이 값진 디자인을 가져다 주게 되는 것이다.

작다는 것은 “가장 작게 줄여놓았다”라는 뜻이 아니다. 단지 조금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작은 주택이 드러내려고 하는 것은 단지 이런저런 기능을 하게 되는 공간들을 작게 그리고 더 줄여서 꼭꼭 채워 놓는 것을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작은 주택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보통의 면적을 갖는 주택들에서 볼 수 있는 어떤 공간을 들여 놓을 수 없어서 부족함을 느끼는 공간이란 뜻이다. 즉, 공간이 협소하므로 설계자와 집주인은 선택을 해야 하고 결국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칸막이를 넣어야 할 공간이 부족하다거나, 복도나 거실 공간의 배려 또는 그 외 어떤 공간을 배제해야 한다. 그러나, 비록 보통의 주택에서 제공되는 어떤 공간이 결여되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 결과로 범상치 않은 독특한 주거공간이 탄생되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작은 주택이라는 것은 보통의 주택을 최소로 줄여놓은 공간의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뭔가 부족하다는 것 …그것은 우리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견디어 내는 힘을 준다.

공간 그 자체 혹은 있어야 할 기능의 부족함은 보통의 주택 공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주거 환경을 우리에게 주게 된다. 예를 들면, 건축가 안도 다다오(Tadao Ando)가 설계한 수미요시(Sumiyoshi)에 위치한 Low House는 뜰의 공간이 주택의 공간을 완벽하게 둘로 나누게 되어, 비가 오는 날에는 뜰을 지나면서 비를 맞아야 건너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거주자는 외부로부터 보호되는 안락한 주거 환경을 저버리고 이 주택의 공간이 그에게 남겨놓은 거주 환경을 수용하여야 한다. 이는 공간이 제공하는 기능적인 안락함에 길들여지지 않게 하고 그런 공간에서 얻을 수 없는 차별되는 다른 어떤 공간의 매력을 찾아 나서게 되는 일종의 환경에 대처하는 저항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소형 주택의 공간은 거주자로 하여금 그 저항력을 뛰어넘고 그리고 매력적인 어떤 것을 찾아낼 수 있도록 변화시키게 된다. 이것은 부족함이 흥미로운 또 다른 그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이유가 된다. 만약, 본서를 접하는 독자 분들이 이 부족함이라는 관점을 염두에 두면서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주택 작품들을 확인하고 감상한다면, 작은 주택에 쏟아 부은 건축가들의 수많은 고충과 독창성 그리고 그들의 디자인 진수를 무리 없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