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설계는 흥미롭다…… 왜 흥미로울까?
독자께, 주택설계자 각자가 흥미롭다고 여기는 부분이 다르지만, 흥미를 느끼면서 설계를 하므로 더욱 설계자의 개성이 건물에 잘 표현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도면 그리기를 좋아했다. 나아가서 아주 세밀한 상세도면일수록 그것을 그려내는 작업은 흥미롭다. 흔히들 「나는 모형 제작을 하면서 연구한다」고 하는 건축설계자도 있는데, 나는 도면을 그려가면서 연구를 하고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그리는 작업과정에서 다음 발상이 생겨난다. 도면에는, 평면도, 단면도, 전개도 등등, 여러 종류가 있고, 각각의 도면이 드러내는 의미와 표현하는 내용은 서로 다르다. 또한 표현하는 축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그 축척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전달하고자 하는지에 따라서 축척도 달라지게 된다. 이처럼, 도면의 종류와 축척을 여러 가지로 조합해보면서 주택설계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집 안에서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일까?
한마디로「움직이는 방식」이라고 하면, 장소에서 장소로 가는 이동, 즉 생활동선 등의 커다란 움직임부터, 그 장소에서의 행동, 나아가서 작은 움직임까지, 여러 가지의 「움직임」이 흐름이 되어 생활형태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여러가지「움직임」을 검증하여, 생활 터전으로서의 주택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이들 「움직임」에 어울리는 도면을 그리지 않으면 안 된다. 집안에서의 전체적인 모습을 고려해야 한다. 주택공간에서의 생활동선의 경우는 축척 1/100의 평면도, 특정장소의 작업수행 범위나 수납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축척 1/50~1/200의 평면도와 전개단면도가 필요하다. 나아가서, 종이에 그려진 도면은, 주택을 시공하는 사람(전문 시공회사)에 의해서 리얼한 모습으로 바뀌어 진다. 바로 그 때가 되면 필요한 정보나 수치, 즉 상세한 수치가 필요하게 된다. 즉 원래의 치수도에서 축척 1/10까지의 상세도면을 그리는 작업이다. 현장에서 주택이라는 실제 건물을 건축하는 일은 실로 정확한 사실기록을 바탕으로 완성되는 리얼한 세계로, 「이런 느낌」 등의 애매함은 허용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실물 수치를 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세계인 것이다. 이처럼 주택설계는 여려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그리고 고려된 모든 것들을 도면에 표현하는 행위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사항들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성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주택이 성립되어 나가는 것이다. 즉 축척 1/200의 도면에서부터 원래의 치수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축척도면을 두루 거쳐서, 서로 상호 보완해 가는 것이다. 축척으로 설명을 하면 1/200에서 차례로 1/100, 1/50, 1/30, 1/20, 집 전체의 이미지에서 상세한 부분으로 생각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축척 1/50 평면도를 그리면서 축척 1/20의 아웃라인 주변 상세도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계단의 단면을 상상하면서 종이 위에서는 축척 1/5의 난간 상세도를 그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머릿속에서는 종횡무진 온갖 상황이 난무하고, 그것들을 도면화해서 여러 입장에 놓인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주택설계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
전달하는 행위도 전달상대나 전달내용에 따라서 표현방법은 달라진다. 전체적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 부분을 전달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만드는 방법을 전달하고 싶은 것인지. 그에 따라서 표현하는 선의 수, 그리고 수치의 표기방법도 달라지게 된다. 전달상대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가에 따라서, 도면은 정리된다. 단지, 이렇게 정리된 결과물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겉모습은 확실하게 전달되지만, 그 도면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보이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단, 주택(건축)은 완성되어 보여지는 것이 전부이다. 형태나 공간성으로 주택(건축)의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극단적인 표현이기는 하나, 설계를 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그리는 도면의 관계성이 작은 틈새로 인식되는데, 이를 관찰하며 진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주택을 설계하는데 있어서의 어떤 중요한 측면(주목해야 할 포인트)이 떠오르는 일도 있다. 이러한 생각들을 종합하여 정리해 보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생각과 방식 그리고 그것들을 공유하기 위하여 전달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서 이 책이 나오는 계기가 태동되게 된 것이다. 사람은, 디지털적(수치적, 정량적)인 사고와 아날로그적(감각적, 정서적)인 사고, 양쪽이 상호작용하면서 사물을 이해하고 고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면상에 수치를 표기하는 시점에서는 디지털 비중이 강해진다. 역으로 수치가 아닌 도면상의 평면구성의 밸런스만으로 내용을 표현할 때는, 아날로그적인 사고로 그 도면을 심미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서 이 책에서는 축척 1/200, 1/100의 도면에는 수치를 기입하지 않고, 그 대신에 사람을 그려 넣어서 공간 밸런스를 느낄 수 있도록 고안하였다. 실제로 이 축척으로 생각할 때는 설계자도 아날로그적인 감각으로 사고를 하고 있을 터이고, 축척이 1/50, 1/30으로 가까워지면 디지털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그러나 수치를 명기하면 할수록 디지털적 사고가 강해지고 작업의 오브제가 주택인 이상, 사람들의 생활 근거지로서 형태를 정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서 수치표기와 함께 아날로그적 감각으로 스케일을 느낄 수 있는 수단으로서, 도면상에 「생활에 관련된 것들」을 기입해 두었다. 나아가서 축척 1/10의 원래 수치는 현장 제작도로서의 의미가 강하므로 수치를 상세하게 표기하였다. 이와 같이 그 종류와 축척이 다른 도면을 혼합 사용함으로써 전체와 부분의 관계, 그리고 사고의 흐름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한쪽 한쪽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디지털적인 사고와 아날로그적 사고, 양쪽 모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주택설계가 진행되어가는 모습을 이해하여 주었으면 한다. 좀 더 단적으로 말하자면 – 설계자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생각의 흐름을 엿봄으로써 이치나 논리가 아닌 순수하게 바라보는 것만으로 즐거워지는 (내가 실감하고 있는 설계의 즐거움) 책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꽤 전문적인 책이 되어 버렸지만, 세밀한 그림을 좋아하는 초. 중학생이 접할 경우에도 그들의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고 또한 장래의 주택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장래의 일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서 현재 주택설계의 일을 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들에게 많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욕심을 내자면 내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주택은 이런 것들을 고려하여 설계를 하는 구나..., 하면서 한 단계를 더 깨달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주택설계의 심오함,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자신이 그 공간들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다면, 이 책의 취지도 한층 그 뜻이 깊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우선은, 한 장 한 장 그림(도면)을 즐겨주시기를 바란다.
2014년 6월 혼마 이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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